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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aea/스토리/Act I-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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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7 #===== >낙원. >사후 세계, “천국”, 망자의 나라. >삶을 다 한 이들이 잠시, 또는 조금 오랫동안 머무는 장소. 더러는 그 위에 남기도 하지. > >너와 내가 있는 이 장소는 그런 곳이야. >---- >[[파일:Arcaea/Story/F-7.webp]] >---- >“...정말 이게 끝인가? 히카리의 뺨에 손을 올린 내가 유리의 검으로 찔리는 걸로...? >이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저 애의 뺨에 닿은 내 손조차도... >... >...이제 날 놓아줘.” > >왜? 아직 죽지 않았잖아. 아직... 그 안에 꿈틀대는 의지가 있잖아. 아직 숨이 붙어있잖아. 아직... 좀 더 나아갈 수 있잖아. > >“아니야...” >---- >아니, 아직 끝나지 않았어... >내 말을 듣고... 떠올려봐. >네가 누군지... >오래 살아왔잖아. 이것보다 더 끔찍한 일도 목격했잖아. >그러니 일어나서 싸워. 다시 한번 더… > >“그만해.” > >...그래. >그럼 싸우지 말고, 이야기만... > >“내 말을 듣긴 한 거야? 이야기고 싸움이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나는... 나는...” > >나는 네가 다시 기억을 떠올렸으면 좋겠어. >---- >“...슬슬 짜증이 나려 하네. >넌 기억해? 그럼 내가 왜 이러는지... > >...으윽.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아. >원하지 않아도 마구 떠올라.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이 기억들이 맞다면, 하… 이게 무슨 재미없는 장난인지.” >---- >... > >“내 전생에선... 난 살아가고 싶었어. 살아있는 게 좋았어. 하지만... 삶은 끔찍했지. >수없이 쓰러지고, 수없이 모욕당하고... 어딜 가나 증오만이 우리를 맞이해줬어. >우린 그저... 그 힘으로... >사람들을 도우고 싶었을 뿐인데...” > >그 사람들은 우리가 두려웠던 거야. > >“‘우리’? 넌 누군데?” > >그러는 너는 누구야? >---- >“...웃기기도 하지. 내가 누군지, 그것만은 기억나지 않아. >... >그냥, ‘타이리츠’라고 불러.” > >그럼... 나도 그렇게 불러줘. > >“...말도 안 돼. 지금 장난해? 내가... 결국 내가 옳았다는 거야?” > >뭐가? > >“[[Arcaea/파트너#히카리|그 애]]가 아무 생각 없이 이 세계를 만들었다는 거! >만약 네가... 여기서의 내 생명이... > >...끔찍한 녀석 같으니...” >----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으니 어쩔 수 없었겠지. > >“그렇다고 그 애를 동정하고 싶지는 않아. 나와는 다른 세계 출신이지만, 적어도 자기 능력이 얼마나 강한지는 알고 있었을 거 아니야? 분명 알고 있었을 거야. 그러고도 일부러 아무 생각도 안 한 거라고. 그러니까...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해도 그건 변명거리가 안 돼. 날 봐. 조형자들이 내게 가르친 그 모든 게 지금 무슨 쓸모가 있지? >그 애와 내가 다른 건 배움의 차이가 아니야. 인간으로서의 차이라고. 내게 같은 힘이 있었다면... 정말 모든 걸 바꿀 힘이 있었다면...세계를 위해...” > >썼겠지. 하지만 없었어.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 >“...그래서 내 두 번째 삶이 시작되어 버린거야. 그 아이가 두 번째 삶을 원했으니까. 하지만 멍청하게 자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환생의 기회를 줘버렸으니까. 정말... 질리도록 바보같아. 웃겨, 안 그래? 웃어봐. 어서, 웃어보라고!” > >... >---- >“왜, 안 웃겨? 못 웃겠어? 그렇겠지. 무슨 두 번째 기회가 이런 식이냐고. >전생과 똑같은 삶을 끔찍하고 뒤틀린 방식으로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잖아. >난 온몸이 갈갈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버티며 힘겹게 살아갔어. >뼈가 부러지고 피를 흘리면서도 난 다시 일어섰어. 그게 내 인생이었다고!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일어나 싸웠어! >왜 이런 삶을 또 겪게 만든 거야? 대답해! 왜냐고! 나는...! >나는... 이번만큼은 다르길 바랬어…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 >...그래도 결국, 포기하고 말았지. >---- >“...그래. >... >있지... >나도 이제 죽기 직전인 거 알아. 하지만 하나 알려줄래? 죽기 전에 바깥을 볼 수 있을까? >나의 ‘새’들로… 그 아이가 만들어낸 이 작은 감옥을, 마지막으로 한 번 볼 수 있을까?” > >...볼 수 있어. > >“좋아. >... >아무도 모르는 조그마한 장소들이 수없이 많아. 그 안에 갇혀 방황하는 영혼들도... >아니, 영혼이라고 부르면 안되겠지. 여기에 있는 건 기억뿐이니까. 우리들조차 그저 기억의 잔재일 뿐이니까. >저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조각을 엿보았을 때도 내게 모든 걸 알려주진 않았거든. >---- >대부분은 아주, 아주 행복해. > >“...악랄하네, 하핫… >나... 나 울고 싶어. 그냥… 울고 싶어. 대체 나는 여태까지 뭘 해온 거지? 난 왜 죽은 거지?” > >... > >“표정이 볼 만하네. 넌 알아? 대답할 수 있어? 내가 왜 죽은 건지? >...으윽, 아파. 모든 게 다 아파. 드디어… 모든 걸 이해했어. 이 세계의 모든 게 다 끔찍하다는 사실을... 그런데... 난 울지도 못해.” >---- >그거야. > >“...?” > >죽고 싶지 않았잖아. 그런데 왜 죽었어? > >“...내 전생에선, 내 삶이 어떻게 될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어. >미래는 수없는 갈림길의 연속이었지.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었어. 그래, 그중에는 죽음도 있겠지. >하지만 길을 잘 고르기만 한다면 그 무엇이라도 가능했던 거야. >여기서는 달라. 바보같이 여기도 전생과 같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지. 구역질이 나와. >이 세계의 길은 끝이 없는 황무지야. >누가 어떤 길을 걷든, 목적 없이 영원히 걸어가다 결국 지쳐 쓰러지고 진리를 알게 돼. >이 세계에서는 어디서 어떤 선택을 하든, 모든 길은 결국 허무로 이어진다는 진리를.” >----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나는 이 세계에도 가능성이 있다고 믿어. > >“여기에 갇혀서 죽은 사람하고만 얘기할 수 있는 주제에 왜 그렇게 생각해? >바보야? 여태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긴 했어?” > >...너처럼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 희망을 놓고 싶지 않아. >나는... 네 말을 믿고 싶지 않아. > >“내 말이 그거라고. 진리에서 눈을 돌리지 마. 이 세계에 의미 따위는 없어.” >---- >아니. >그건 진리가 아니야. >진리가 되도록 두지 않겠어. >너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만약 그게 진리라면 너무... 역겹지 않을까? 너무 슬프지 않을까? > >“... >기억해, 전생에서는 나도 너처럼 생각했지. 그렇게 살아가려는 의지를 곱씹었어. >너는 정말 나구나. 나는 그 아이가 만들어낸... ‘나’의 복사본. >그래... 우린 결국 텅 비어버린, 복제품 영혼에 불과했어. >그렇구나... >그 아이는 살아있고, 우린 모두 죽은 거구나.” >---- >... > >“그런데... 너는 왜 여기에 있지? 다른 아이들의 ‘원본’은? 영혼은?” > >...나도 잘 모르겠네, 바보라서. > >“그래, 그럼... 말 돌리지 말고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해줘. 너는 ‘진짜’ 나이자, 나의 영혼인 거야?” > >그래... 맞아. 줄곧 이 장소에서 홀로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어. >그런데, 나도 이제 슬슬 짜증이 나려 하네. >타이리츠야, 너는 ‘진짜’가 아니니? 나도, 너도, 그 세계의 모두가 생각하며 존재하고 있잖아? >---- >“그럴지도 모르지. 난 죽어서 없지만.” > >또, 짜증나는 소릴. >그렇게 사람 신경 긁는 재주가 있는 네가 어떻게 가짜겠니. > >“하핫... >... >고마워.” > >두 번째 삶에서조차 끔찍한 운명을 맞이하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게다가 이렇게 바뀌어버리다니... >---- >“뭐가 어떻게 바뀌었는데?” > >네가 네 입으로 말했잖아. >포기했다고. >나는... 음... >좋은 쪽으로 바뀌길 원했는데... >---- >... >정말 어떻게 안될까? ‘악당’은 죽었잖아. > >“...‘악당’이라... 농담인 건 알지만, 미안해. >화가 많이 났었나 봐. >나도 완전히 포기하기는 싫었어. >전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네가 있잖아? 어쩌면 내가 사라지고 나서도 넌 여기 남아있을지도 모르지... >내가 없어지고 나서도 계속 이 세계를 지켜볼 생각이라면... >...나처럼 희망을 놓지 않아줬으면 해. >그럼, 어쩌면... >아니, 확실히, >이 세계에 남아있는 아이들도 구원받을 거야. 그렇게 믿고 싶어. >네가 말한 대로 뭔가 바뀌는 것... >내가 원하는 건 그게 다야. >내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 모든 게 다 끝나고 나서도 날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게 이루어졌을 때 알려주길 바래.” >---- >약속할게. > >“생각해 보니 웃기네. >살아있을 때 주변에 아무도 없으면... 곧잘 나 자신에게 말을 걸곤 했어. >그런데도, 혼자인 느낌은 들지 않았지.” > >그 누구도 진정으로 혼자인 사람은 없어. > >“그래... >그렇게 되뇌이곤 했지. >...다시 이 세계를 보고 싶어. >무너진 탑. 하늘을 떠다니는 유리 조각. 드넓은 백색의 세계. >하얀색, 하얀색, 망자의 영혼에 이끌리는 유리... >이제는 알아.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어. >저 아이들은 더 이상 방황하지 않을 거라는 걸. >---- >정말? 누구 잊은 사람 없어? > >“잊은 사람...? >아, 그렇지. 히카리... 여기서도 보여. 상심이 엄청 큰 모양인데. >...하지만 저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분개하고, 상처받고... >아무것도 없는 허무보다는, 저게 나아.” > >그렇지. >---- >“히카리가 앞으로도 잘해나갈지는 몰라. 하지만 저 순간은 분명 영원히 기억에 남겠지. >솔직히... 히카리에게 사과하고 싶어. 분명 나는 옳은 일을 했어. 하지만...” > >그게 무슨 소리니? 네가 한 일에 어디 옳은 게 있다고. > >“풉...! 하핫. 그래. 하지만... 정말로, 잘못된 일은 하지 않았다고 믿어. >히카리에게 사과하고 싶어. 우리가 진짜고, 히카리도 진짜라면... >저 애도 아무것도 모른 채 이유없이 벌을 받은 또다른 멍청한 영혼에 불과한걸. >... >이제 시간이 다 된 것 같네.” > >유감이지만, 그런 것 같아... >... >떠나지 말아줘. >---- >“유감이지만, 그럴 수는 없어... 나는 겨우겨우... 여기 존재하고 있을 뿐이니까...” > >하고 싶은 말이 있잖아. > >“그렇지... >...히카리... >미안해. 후회는 하지 않지만, 내가 느꼈던 증오는... 너를 향한 게 아니었어. >또다른... 너는... 아직... 있어... 살...아있어... >그 아이는... 여전히 싫...지만... >너는... >... >너는... 그 녀석보다 강해… 너도 알고 있잖아... >히카리, 그러니까... >나는 네가 다시 일어서리라 믿어.” >---- >눈을 감자. > >“이미 감았어.” > >이제 아무 걱정 하지 마... > >“걱정 따위 없어.” > >다시 만나자. >---- >“그렇게는 안 될 것 같아. >그래도 괜찮아. >받아들였으니까. >난 끔찍한 삶을 살았지만, 더 나은 세상을 꿈꿨어... > >그 어떤 벽과 마주치더라도, 나에게는 이상이 있었어. 그래서 싸웠어. >얼마나 잘못되었다 해도… 길을 잃어버렸다 해도... > >... > >죽음을 택해버려서 미안해. >포기해버려서 미안해. >...이렇게 낭비해버렸지만,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 건 행운이었어. >그러니까... 받아들였어. >---- >응. > >“히카리...나는...한심... >바보같… 끝으로만… 내가 기억되질 않았... 좋겠어... > >...내 말이 들린다면, 꼭 명심해줘, 히...히카리... >정말로. 잊지... 마... >... >... >내가... 이 삶을 받아들였다는 걸.” > >---- > >소녀는 타이리츠의 주검 앞에서 울었다. > >고통스러울 정도의 비애로 가득 찬 히카리는, 마지막으로 타이리츠가 지은 미소를 놓치고 말았다. > >이 이야기의 일부분은 아직까지 전해지지 않는다. 어떤 이야기는 완전히 전해지지 않은 채 끝을 맺는 법이다. > >그런 이야기들은 조각만이 남아, 다시 하나가 되어 전해지길 기다리는 것이다. >---- >이곳은 조각의 세계. > >조각을 줍는 것은 남겨진 소녀들. > >조각에 비치는 것에 의미가 있고, 삶이란 존재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믿는 소녀들. > >상처받고 외로운 하얀 옷의 소녀가 땅 위로 쓰러졌다. > >하지만 언젠가는 일어서, 다시 조각을 찾아 나설 것이다. >---- >기억들은 이 세계에서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 >끝의 순간. 그 너머까지, 영원히 기억될 것이며 이어질 것이다. > >그리고 소녀들은 나아갈 것이며, >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잊지 않으리라. > > >끝. ||<tablealign=center><tablebgcolor=#fff,#191919><tablebordercolor=#420715> {{{#!wiki style="margin: -5px -10px; padding: 2px 10px;background-image: linear-gradient(135deg, #5e5571, #0f0929);" {{{+3 {{{#!html <span style="text-shadow: 0 0 6px #413955; color:#c1bfe0">운명 거부하기</span>}}}}}}}}} || || {{{#!folding [펼치기 / 접기] {{{#!wiki style="padding:2px;margin-bottom:0px; background-image: linear-gradient(to right, #b590e8, #9492e4, #b590e8);border-radius:40px" [[파일:Arcaea_Epilogue1.png|width=30%]][br]{{{#ffffff '''{{{+3 마지막 꿈}}}[br]{{{-2 One Last Dream}}}'''}}}}}} ||{{{#!wiki style="margin: -5px -10px" {{{#!wiki style="margin: 0 auto; display: table" {{{#!wiki style="padding: -20px" >{{{#!wiki style="margin: 1em calc(2em + 25px) 1em 1em" 먼지와 피로 덮인 히카리가 외로이 앉아있어. 순전히 자신의 잘못으로... 자기 연민으로 말미암아 파멸을 맞이한 소녀. 손에 얼굴을 파묻은 히카리의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건 바로 너. 죽어버린 나의 분신이야. 너의 죽음, 아니, 이 모든 비극을 불러온 그 무심함이 다시 소녀의 마음속으로 비집고 들어가려 하고 있어. 붉게 물든 하얀 소녀도 알고 있을 거야. 이게 자신의 운명이라는 걸. 너를 죽이는 게, 자신의 운명이었다는 걸 말이야. 뻣뻣하게 굳어있던 히카리의 등이 조금 굽어. 이 세계, 아르케아에 팽팽하게 돌던 긴장감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져. 안도감. 혼돈은 물러갔어. 이제 안심해도 돼... 하지만 나에게도 들리는걸. 이 상황을, 자기 자신을, 아르케아를 받아들이라고 히카리의 마음 속에 속삭이는 무언가가. ...하지만. “...타이리츠...” 히카리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조그맣게 너의 이름을 속삭였어. “그게 ‘이 세계’에서의 이름이라니, 대체 무슨 뜻이었어...?” 그리고 조용히 사색에 잠겼어. 그러자 다시 속삭이는 목소리가 찾아왔지. 원한다면 그 질문의 답은 언젠가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세계는 기억의 보관소니까.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 점점 마음을 채워가는 무심함 밑에서 들꿇는 것은 격렬한 혐오. 자신을 향한, 끝없는 혐오. 당연한 일이야. 어떻게 이런 결말을 용납할 수가 있겠어?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지? 이게 히카리 자기 자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말이야. 히카리는, 이 세계에서 앞으로 보고 걸어갔던 히카리는, 도저히 이 결말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 히카리는 울렁이는 가슴을 붙잡고 어금니를 꽉 물었어. “...” 그러고는 발밑의 모래에 손을 파묻고 몸을 일으켜 무릎을 꿇었어. “아르케아... 너는 나를 치유하는 존재니?” 서늘한 감각이 사지를 타고 흘러오는 것이 느껴졌어. 팔의 긴장이 풀렸어. “...나는 알아.” 히카리가 천천히 눈을 감으며 쉰 목소리로 속삭였어. “이 세계가 겁먹고 지치고 나약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낙원이라는 걸...” “...” 바싹 미른 입으로 침을 삼키는 시늉이라도 해보는 히카리. 천천히 눈을 뜨고, 모래에 파묻은 손을 꽉 쥐고 두 발로 일어섰어. 쥔 주먹 사이로 모래가 흘러나오고 있었어. “내가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네가 날 위로하도록 두는 게 정답일까?” “아니... 절대로 아니야.” “이런 건 싫어...” “싫단 말이야...!” ... “으읍...!” 히카리가 갑작스레 앞으로 몸을 굽히며 한 손으로는 배를 부여잡고 다른 손으로는 입을 틀어막았어. 히카리의 거부 선언에, 세계가 또다시 히카리를 ‘기억’한 모양이야.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입을 틀어막은 히카리가 갑자기 움찔했어. 나에게도 들려. 히카리의 귓속에서, 머릿속에서, 심장 속에서 날카롭게 울리는 소음이. 이제는 속삭임이 아니라 우렁찬 고함과도 같은 소음. 그 고요한 아우성이 히카리에게 묻고 있어. 결정하라. 네 마음이 원하는 것을 외쳐라.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을...?” 히카리는 자신의 마음이 가라는 대로만 움직이는 소녀였어. 이 세계에서 눈을 뜨기도 전부터 말이야. 그 결과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지. 본능일까? 히카리의 ‘몸’이 기억하고 있는 걸까? 히카리의 전생은 어땠지...? 하핫... 난 별로 궁금하지 않아. 그저 히카리의 새로운 ‘마음’이, 이 모든 일을 한순간에 없었던 일로 하려는 게 조금 웃길 뿐. 얕은 숨을 내쉬며,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히카리가 내뱉은 ‘답’은 아주 명료했어. “나는... 되돌리고 싶어.” “타이리츠를 되살려야만 해.” “이 세계는... 엉터리야 이런 세계 따윌 위해 내가 죽을 것 같아? 다른 사람이 죽도록 내버려 둘 것 같아?” “아니! 절대로! 무슨 짓을 해야 하든. 무엇을 포기해야 하든. 모든 걸 희생해서라도...!” 히카리가 손에 꽉 쥐고 있던 모래를 흩날리자 공중에서 모래알이 반짝거렸어.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 결말을 바꾸고...!” 세계의 심장이 요동치며 히카리의 목소리를 묻었어. 아르케아는 히카리를 놓아주지 않을 거야. 절대로.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 세계의 정신이, 의도가, 지식이 히카리의 마음속으로 들어와 전신에 울려 퍼졌어. 너는 죽을 수 없다. 너는 살아가기를 택했고, 살아가는 것이 너의 운명이다. 히카리는... 이미 그걸 알고 있었지. 마음속으로부터 죄책감과... 용서를 빌고 싶은 마음이 차올라 눈물이 고였어. 하지만, 그 눈물이 흐르기 전에 세계의 심장이 또다시 고동쳤어. 아르케아가 말하기를, “죽지 말아라.” — “다만, 끝을 맺어라.” 히카리는 입술을 깨물었어. 눈물이 넘쳐흘러 뺨을 타고 내려갔어. 고개를 끄덕였어. 또다시 심장이 뛰었어. 그리고... 아르케아의 빛이 서서히 멎어갔어. 그리고 그 빛은 히카리에게 흘러들어갔어. 팔과 다리로, 심장으로. 몸을 가누기 버거워진 히카리는 거의 쓰러질 뻔 했어. 히카리는 눈앞에 주마등처럼 스쳐지나는 수많은 기억들을 무시했어. 오로지 생명이 꺼진 너의 주검만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히카리는 이제 자신의 소명만을 마음에 담았어. 내가 아래로 끌려 내려가는 것이 느껴져.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네가 죽어버린 그 세계로. ... 히카리는... 자기가 뭘 포기하고 있는 지 알고는 있는 걸까? 이런 방식으로 ‘끝을 맺는다’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고 있는 걸까? 난 모르겠어. 너도 모르겠지. 그 세계로 끌려간 나는... 여전히 이 모든 걸 기억하고 있을까? 이해하고 있을까? 아니... 아마도 아니겠지. 하지만... 히카리는 그 어느 때보다 확신에 차있어. ... 히카리의 마음이, 심장이, 앞으로 일어날 일에서 모두를 인도할 등대가 될 거야. ...나는, 저 등대를 믿어. 너도 그렇지? 결국 네가 옳았으니까... 히카리와 그 아이는, 다른 사람이라는 걸. ...‘타이리츠’... 이제 작별이야. 하지만 걱정하지 마. 네 곁을 떠나지는 않을 테니까. 히카리의 의지에 따라 또다시 하늘이 무너져내리며, 대지가 치솟았다. 세계가 스스로를 희생해 타이리츠를 되살리기 위해 움직였다. 살아있는 영혼이 진정으로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살아있었을 적의 모습을 한 모조품일 뿐. 그러나 빛의 소녀와 대립의 소녀가 지닌 영혼은... 평범하지 않았다. 일어날 수 없었던 일이 펼쳐지고 있다. 분명, 세계가 크게 망가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아르케아는 있는 힘을 다해 모든 것을 다시 써 내려가고자 할 것이다. 그러려면 검은 옷을 입은 소녀의 ‘첫 번째 영혼’과, 소녀의 두 번째 삶이 남긴 영혼의 조각이 필요하다. 조각난 영혼의 외침을 들은 완전한 영혼이 저 너머의 공간에서 이 세계를 향해 재빠르게 날아왔다. ---- [[파일:Arcaea/Story/마지막 꿈.webp|width=100%]] ---- 히카리의 주변으로 소용돌이가 솟아올라 빛과 그림자의 격류로 현실의 장막을 찢어발겼다. 아르케아가 타이리츠를 ‘기억’했다. 그리고 히카리의 명령에 따라 그녀의 기억이 유리가 되어 쏟아져내렸다. 순식간이었다. 마치 항상 그곳에 있었다는 듯이. 정말 가능할까? 정말로 이 세계가 찢어진 두 영혼을 다시 합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 것이다. 법칙 따위 무의미하다. 타이리츠의 기억으로, 히카리의 의지로,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유리 조각들이 빛을 반사하며 소용돌이를 뚫고 나타났다. 고통을 머금고 이 땅 위를 거닐던 소녀가 있었다. 사무치는 비애에 파묻혀 땅을 기던 소녀... 그럼에도 그녀는 구원을 찾아 앞으로 나아갔다. 구원을 찾아, 자유를 찾아. 소녀가 바라던 것은 오로지 한 가지. 진정으로 미소를 지을 이유였다. 이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세계를 뒤집는 한이 있더라도, 세계와 맞서 싸운 소녀. 히카리의 눈앞으로 기억의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히카리는 자신의 기억을 되돌아볼 틈새도 없었다. 검은 소녀의 눈물방울이 폭풍 속으로 섞여들어갔다. 대부분의 고통은 이미 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빛의 영혼으로서, 히카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타이리츠가 겪은 절망의 기억 중 짧은 것들만을 모으는 것이 고작이었다. 긴 기억들은, 히카리의 손을 거부하고 멀어질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 깊은 고통으로 말미암아 타이리츠가 겪은 일을 알고 있는 히카리는, 슬픈 기억들을 놓아주기로 했다. 자신이 타이리츠와 만났던 순간의, 찾지 못할 그 기억과 함께. 새로이 탄생하는 타이리츠는 역경의 늪에서 빠져 겪은 절망은 모르지만, 자신이 투쟁과 대립 한가운데에서 태어났으며, 살아갔던 존재라는 것은 기억할 것이다. 히카리의 몸에서 새로운 힘의 파동이 퍼져나갔다. 힘을 가득 담은 빛기둥에 네 개, 땅에서부터 솟구쳐올랐다. 마침내 강림한 검은 옷의 소녀로부터 히카리를 지키기 위해 이 세계가 불러낸 것이었다. 처음엔, 히카리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게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죽음 그 자체의 현현과도 같은 모습으로, 완전한 영혼이 하늘을 뒤덮었다. 그것은 천천히 가까워지더니 유리의 소용돌이로 흘러들어갔다. 그 순간 마침내 히카리는 이해했다.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서, 부드럽게 영혼을 유리 조각으로 인도했다. 그렇게 ‘첫 번째’ 타이리츠의 길 잃은 영혼은 새로이 태어날 타이리츠의 몸에 생명을 불어넣었고, ‘두 번째’ 타이리츠의 영혼은 그 몸을 안정시켰다. 히카리의 발 밑에서 땅이 격렬하게 진동했다. 히카리는 최대한 쓰러지지 않으려 애쓰며 두 손으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지휘했다. 이 세계가 격통에 내뱉는 천둥과 같은 곡성을 들으면서도, 새하얀 소녀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그리고 소녀는 마음속으로 흔들리지 않는 그 맹세를 다시금 상기했다. 히카리는 이 세계를 이루는 핵조차 비틀어 죽어버린 여신의 부활에 이용했다. 그렇게, 마침내, 절대적이었던 법칙이 다시 쓰인 순간, 히카리의 고요하지만 명징한 명령으로, 세계의 핵에 새로운 죽음이 도달했다. 압도적인 빛과 그림자의 파동과 함께, 아르케아가 죽어가기 시작했다. 소원의 후폭풍이 일기 시작했다. 하늘이 격류와 같이 흐르고, 세상에 얼마 남지 않은 빛은 모조리 히카리에게 흘러들어갔다. 히카리는 공중에 떠 찬란하게 빛나는 타이리츠의 몸에 영혼을 불어넣고,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느끼며, 온 세계의 생명을, 대지의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히카리는, 아르케아를 포기했다. 멎어가는 햇빛 아래, [[Arcaea/파트너#에토|두]] [[Arcaea/파트너#루나|소녀]]의 머리 위로 구름이 강물처럼 흘러갔다. 반쪽짜리 밤하늘 아래, [[Arcaea/파트너#시라히메|한 귀족]]이 갈라지는 대지 위에 서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자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별들이 보였다. [[Arcaea/파트너#레테|상냥하게 돌보는 소녀]], [[Arcaea/파트너#사야|방랑하며 탐구하는 소녀]], [[Arcaea/파트너#라그랑주|관찰하고 염원하는 소녀]]... [[Arcaea/파트너#황혼 나미|행복한 영혼]], [[Arcaea/파트너#아유|굶주린 영혼]], [[Arcaea/파트너#이리스|야망하는 영혼]]... [[Arcaea/파트너#미르|전쟁을 울부짖는 심장]], [[Arcaea/파트너#시라베|노래를 부르는 심장]]... 모든 생명이 머나먼 한 장소로 모여드는 모습을 보며 그들은, 종말을 보았다. 이윽고... ...히카리는 마지막 생명의 조각이 타이리츠에게 흘러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검은 옷을 입은 소녀의 몸이 천천히 땅으로 내려앉고, 히카리의 손에서 생명의 기척이 사라져갔다. 그리고... 하얀 옷을 입은 소녀는, 자신의 일부가 이 급류에 섞여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아무런 걱정 따위 없었다. 몰아치던 바람이 멎고, 아르케아의 하늘에 평온이 찾아왔다. 현기증을 느낀 히카리는 쓰러지기 전에 자세를 고쳐잡았다. 어떻게든 진정하려 했다. 자신이 지금 한 일이 무엇인지, 다시금 곱씹으려 했다. 하지만 그리 할 수 없었다. 온 신경이, 단 한 가지에 쏠려있었기 때문이었다. 타이리츠는 정말로 되살아난 건가? — 하늘에서 또다시 먼지가 불어와 내려앉았다. 검은 소녀는 기억하고 있었다. ...끝이 다가온 때에,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곁에 그 누구도 없었다는 것을, 그저 눈을 감고 눈물을 흘렸을 뿐이라는 것을. 천천히 눈을 뜨자... 그러한 기억들은, 연기처럼 서서히 사라져갔다. 타이리츠의 눈썹이 움찔거리는 것이 보였다. 히카리는 주먹을 꽉 쥔 채 숨을 내쉬려 했지만 공기가 목에 걸려 잘 빠져나오지 않았다. 아주 화려한 소란을 불러일으킨 것치고는, 히카리가 한 일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너무나도... 소원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게 희망과 노력뿐이라니, 믿기지가 않았다. 히카리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의심을 떨쳐내고 덜덜 떠는 다리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타이리츠의 눈이 완전히 뜨여, 한번 눈꺼풀을 깜빡이더니, 다시 감기기 시작했다. 히카리는 재빨리 달려가 무릎을 꿇고 타이리츠를 껴안았다. “으, 으응?! 지금 뭐 하는...?”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도 강하게 자신을 껴안는 히카리를 보고서, 타이리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히카리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타이리츠의 품에 얼굴을 품고 하염없이 울었다. 검은 옷의 소녀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채, 그저 히카리를 바라보기만 했다. 대지에 수많은 균열이 새겨졌다. 영원히 하늘에서 내리쬐던 빛은 멎었다. 세계가 상처를 입었다. 그럼에도 히카리가 생각하는 것은 오로지 눈앞에 있는 검은 옷의 소녀. 타이리츠가 움찔대는 히카리의 등 위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종말의 때에, 두 소녀는 말없이 서로를 위로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히카리가 끝없이 사과했다. “뭘 잘못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타이리츠가 대답했다. “결국 바로잡았잖아? 그런데 뭘 사과하고 있어?” 여전히 팔은 타이리츠를 껴안은 채로, 히카리가 몸을 들었다. 눈과 코가 새빨갛게 상기된 히카리는 비탄과 기쁨이 섞인 오묘한 감정을 품고 타이리츠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갑작스레 다시 타이리츠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타이리츠는 부드럽게 히카리를 안아주었다. 조용한 풍경 속, 검은 옷을 입은 소녀는 하얀 옷을 입은 소녀가 마음껏 울도록 두 팔로 안았다. — 회색빛이 되어버린 세계로 손을 맞잡은 두 소녀가 여정을 떠난다. 처음엔 타이리츠가 앞서갔으나, 얼마 안 가 두 사람의 보폭이 맞춰졌다. 타이리츠는 자신의 비극을 기억하지 못했다. 적어도 가장 끔찍한 부분만은. 절망의 기억을 비추는 유리 조각들은 더 이상 타이리츠에게 이끌리지 않았다. 행복한 기억을 비추는 유리 조각들 또한, 더 이상 히카리의 주위를 맴돌며 춤추지 않았다. 검은 옷의 소녀는 어둠의 일부분을 잃었으며, 하얀 옷을 입은 소녀와 세계는... 계속해서 빛을 잃어갔다. 하지만... ...이제 히카리는, 유리 조각의 빛 없이도 찬란한 미소를 보일 수 있게 되었다. 소녀들은 절벽의 끝으로 걸어가, 천천히 무너져내려가는 잊힌 기억의 세계를 바라보았다. 언젠가 완전히 바스러져 무너지고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 사실을 모르는 소녀들은 오로지 서로만의 존재를 느끼며, 과거를, 기억을 놓아주었다. 타이리츠는 따뜻한 눈빛으로 조용히 히카리를 바라보았다. 언젠가 다른 삶을 살았을 때, 곧잘 짓던 표정이었다. 히카리는 그 얼굴을 보고 아주 간단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미래’...?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 상관 없었다. 그들이 느끼는 ‘충족감’은 결코 흔들리는 일이 없을 테니까. 그리고... 히카리는 이 여정이 끝났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미래를 향해 놓인 길 위에서 새로운 여정이 시작될 것이다. ...그 길을 걸으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을, 히카리는 천천히 받아들였다. 미래의 일을 그 누가 알겠는가? 히카리는 그렇게 되뇌이고, 눈을 감고 생각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예전에는, 미래에 어떤 일이 있을지 알았는가? 아니, 그저 앞만 보고 걸어갔을 뿐이다. ... 살기로 선택했다면, 살아가리라. 이 세계에서 살아가며, 많은 것을 보고, 모든 순간을 음미하며 내 것으로 만드리라. 히카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짐을 굳혔다. ---- [[파일:Arcaea/Story/마지막 꿈-Reunion.webp|width=100%]] ---- 히카리는 눈을 뜨고 숨을 들이쉬었다.[* 이 문구를 기점으로 나오는 [[Last(Arcaea)|BGM]]과 함께, 이후의 문구들은 터치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계속 넘어간다.] 아직 모르는 미래를 알리듯 불어오는 바람, 곁에 선 소녀, 만나지 못한 사람들, 가보지 못한 장소... 그 모든 것을 소중히 간직할 것이다. 히카리는 타이리츠의 손을 잡았다. 여정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에. }}}}}}}}}}}} || }}} || || {{{#!wiki style="margin: -5px -10px; padding: 2px 10px;background-image: radial-gradient(circle at 50% 0%, #e8d7df, #aaa5c7);" {{{+3 {{{#!html <span style="text-shadow: 0 0 6px #e7e2e8; color:#3c2441">Arcaea 받아들이기</span>}}}}}}}}} || || {{{#!folding [펼치기 / 접기] {{{#!wiki style="padding:2px;margin-bottom:0px; background-image: linear-gradient(to right, #282536, #6b6977, #282536);border-radius:40px" [[파일:Arcaea_Epilogue2.png|width=25%]][br]{{{#FFFFFF '''{{{+3 완벽한 소망}}}[br]{{{-2 A Perfect Wish}}}'''}}}}}} ||{{{#!wiki style="margin: -5px -10px" {{{#!wiki style="margin: 0 auto; display: table" {{{#!wiki style="padding: -20px" >{{{#!wiki style="margin: 1em calc(2em + 25px) 1em 1em" [[파일:Arcaea/Story/완벽한 소망-타이리츠.webp|width=100%]] ---- 멀지 않은 과거... 어둡고 추운 어느 곳에... 텅 빈 황량한 대지가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거뭇거뭇한 구름으로 들어찬 하늘 아래, 새로이 차갑고, 새로이 공허하게 된 대지가. 청록의 나뭇잎과 붉게 물든 꽃들은 회색빛으로 바랬고, 사람이 이 땅에서 살아갔다는 유일한 증거인 발자국조차 하늘에서 내려온 새하얀 재에 덮여 사라져갔다. 아직 겨울은 오지 않았음에도, 모든 것이 얼어붙은 공간. ---- 얼음과 재로 뒤덮인 대지 위에 [[Arcaea/파트너#타이리츠|한 소녀]]가 무릎을 꿇고 구름 사이로 삐져나온 빛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눈을 크게 뜨고 빛을 응시하는 그 눈에 비친 것은, 천사였을까, 신이었을까. 돌아갈 집도 없고, 부모님은 죽었다. 보호자라고 불릴 법한 사람은 모두 다 죽었다. 동료였던 견습 조형자들도 모두 죽었고, 그녀를 미워하던 사람들조차 죽어버렸다. 유일하게 남은 것은 손에 쥔 유리 조각. 자신의 집에서 가져온 깨진 창문의 조각이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었다. ---- 소녀는 선택받은 특별한 아이였으니까. 어린 나이에 조형자 훈련을 헤쳐나온 영재니까. 일단 시도해보기만 하면 가능성은 있었다. 분발한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반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 넘어, ‘신’이라 불릴 존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소녀는 이 사태를 막고 싶었다. 사람들을 되살리고 싶었다. 손에 쥔 유리 조각을 바라보며, 세상을 구하고 싶다는 소원을 마음에 새겼다. ----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의지만으로는 무(無)에서 힘을 창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제 아무리 강인한 의지라도, 아무 짝에 쓸모가 없었다. 이를 깨달은 소녀는 울었다. 하늘에 머무는 신의 의지만이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신의 의지가 바란 것은 소녀와 소녀의 민족이 먼지로 사라지는 것이었으며, 그 바람은 눈 깜짝할 새에 현실이 되었다. 신의 손으로, 직접. 소녀는 유리 조각에 반사된 자신의 눈동자를 보았다. 곧 눈물이 번져 시야가 흐려졌다. 떨리는 입으로,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고통으로, 사무치는 무력함으로, 비애가 온 몸에 서렸다. 그 무엇도 의미가 없었다. 소녀가 해온 일들도, 지금 하는 일도. 그 무엇도. 천사가 강림하는 것을 본 흑발의 소녀는 고개를 속였다. 그 앞에 선 천사가 손을 들었다. ---- 그렇게, 소녀는 죽었다. ---- 소녀의 이름은 잊혀졌다. 자기가 왜 죽은 건지, 본인조차 알 수 없었다. 그 누구도 그 삶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죽음의 순간, 또다른 누군가가 빈 소원이 소녀를 데려가버렸으니까. ---- [[파일:Arcaea/Story/완벽한 소망-히카리.webp|width=100%]] ---- 그보다 조금 더 먼 과거... 따뜻하지만 어두운 어느 곳에... 잊혀진 이름의 다른 시대와 다른 장소를 사는 [[Arcaea/파트너#히카리|또다른 소녀]]가 있었다. 이 장소를 어둡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본인. 커튼을 치고 문을 잠근 뒤, 문고리 밑에 의자를 받친 풍경의 방. 그 방에서, 소녀는 침대 위에 앉아 눈을 뜨고 허공을 바라보았다. 무릎을 끌어안은 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 소녀는 “자기 자신”에게 압도되어 있었다. ---- 머릿속을 한 기억이 끝없이 맴돌았다. 계단 아래에서 들려오는 부모님의 선명한 목소리를 엿듣던 기억이. 악담은 아니었다. 다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확실했다. 부모님이 소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그 마음엔 무언가 결여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부모님조차 사랑할 수 없었다. 어느새 기억과 같은 계단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무언가가 난간을 놓고 대리석 바닥을 향해 뛰어내리라고 종용했다. 하지만 실패하면 어떡하지? 소녀는 아무 말 없이 방으로 돌아가 다시 문을 잠갔다. ---- 왜 나는 사라질 수 없는 걸까? 왜 홀연히 어디론가 떠나버릴 수 없는 걸까? 왜 이런 생각이 들까? 왜 내 마음은 이런 걸까? 왜 사라질 수 없는 걸까...? 손톱이 종아리를 파고들었다. 동공이 커지며 호흡이 빨라졌다.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었다. ---- 고뇌하는 백발의 소녀는 신이었다. 하지만 고뇌의 이유는 자신이 신이라는 사실이 아니었다. 소녀는 자신이 지닌 힘을 몰랐다. 마음 속으로 피난처를 바랬다. 그리고 그 소원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이루어졌다. “어딘가… 내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곳으로...” ---- — 흑발의 소녀가 죽었다. 누군가가 빌었던 소원이 그 영혼을 불러냈다. 머나먼 세계, 또다른 현실에서, 더욱 강한 힘을 지닌 누군가가 빈 소원이. 백발의 소녀의 힘은 너무나도 강력했던 나머지 한 세계를 만들어내는 데에 이르렀다. 의미 없는 이름을 지닌 세계, 아르케아를. ---- 아르케아는 망자를 위한 안식처였다. 소원을 빌 때 소녀는 살아있었으나, 항상 ‘죽음’을 가까이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녀는 이 세계의 창조에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았다. 줄래야 줄 수도 없었다. 아르케아는 자신을 위해 빌었던 소원에 불과했으니까. 아르케아에 오게 되는 이들이 어떤 운명을 겪은 사람들인지 만약 알게 된다면, 소녀는 분명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르케아는 시공간을 넘어 수많은 세계에 손을 뻗었다. 그 세계는 살아있었다. 생각은 없을지언정, 죽은 자들과 생명을 나누기를 ‘원했다’. ---- 아르케아는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자들을 마구잡이로 불러들였다. 현실을 잇는 봉합선 사이, 부드러운 자줏빛 별이 반짝이는 공간... ...수많은 영혼이 그물에 얽혀, 검은 지평선 너머 새롭게 만들어진 빛나는 세계로 옮겨졌다. 백색의 세계... 그 곳에서 아르케아는 각 영혼의 완벽한 복제품을 만들어 풀어놓고, 따스한 공간과 새로운 모습을 주었다. 영원을, 끝없는 삶을 관측하거나 다시 경험할 영원을 주었다. 하지만 자신의 창조자만큼은 구원할 수 없었다. ---- 아르케아는 수많은 영혼의 복제본을 만들어 새로운 몸을 주고, 원본이 되는 영혼은 풀어주어 원래대로의 운명을 맞이하도록 두었다. 그러나, 후에 ‘히카리’로 알려질 사람의 영혼만큼은 거둘 수가 없었다. 아직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생각이 없는 세계인 아르케아는, 살아있는 사람의 영혼을 어떻게든 최대한 비슷하게 복제하였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아르케아는 끔찍한 비극에 젖은 영혼, 자신의 창조주와 비슷한 영혼을 발견했다. 그 영혼에도 이상한 점이 있었다. 복제본을 만든 후 풀어주었음에도 다른 영혼과는 다르게 이 가짜 세계의 경계선을 건너지를 못했다. 어쩔 수 없으니, 그 영혼은 이 새하얀 대지에서 깨어난 자신의 복제본을 관찰하기로 했다. [[#2-1|타이리츠가, 무너진 탑에서 깨어났다.]] ---- [[파일:Arcaea/Story/완벽한 소망-허영.webp|width=100%]] ---- ー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Arcaea/파트너#Tempest - Tempestissimo|두 영혼 중 하나]]가 아르케아의 모든 것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Arcaea/파트너#Fatalis - Testify|이 세계의 창조주]]가 돌아와, 다시 세계는 안정을 되찾았다. 아르케아는 존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위협을 느낀 세계는 창조주를 불렀고, 창조주는 그 부름에 답했다. 아르케아가 자신의 존재를 위협할 이변을 먹어치울 [[Arcaea/파트너#아유|조각의 감시자]]를 만들어냈듯이... ---- 그리하여 아르케아의 존재는 지켜졌다. 천 년 이상, 줄곧 존재했다. ---- 스며들었던 붉은 피가 사라져 또다시 순백의 대지만이 남았다. 타이리츠의 몸은 불타 사라져버렸다. 만물에 따스함이 스며들었다. 하늘은 눈부시게 빛났다. 하얗게 반짝이는 무한의 대지가 다시 본 모습을 되찾았다. 실로 아름다운 세계였다. 끝없는 여정의 무대인 이곳에서 안식을 택한 소녀들이 대지를 수놓았다. 얼어붙은 시간 안에 갇혀, 영원히 이 망자의 세계를 바라보길 선택한 소녀들. 그들이 만약 생각이라는 걸 하고 있다면... 아주 머나먼 과거의 기억 뿐일 것이다. 분명 이게 더 나은 선택일테니까. 영원히 걸음을 이어가며 여러 가지를 보고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분명 이게 더 나은 선택일테니까... ---- 저 소녀들은 행복할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아르케아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그 선택밖에 없었다. 이 세계는 아직 현실의 봉합선 사이에 갇혀있었기에, 이 곳에서의 탈출은… 아르케아의 바깥은… 아주 머나먼 곳에, 그 누구도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에 있었다. [[Arcaea/파트너#에토|쌍둥이]], [[Arcaea/파트너#미르|검을 든 소녀]], [[Arcaea/파트너#앨리스 & 테니얼|여행자]], [[Arcaea/파트너#시라히메|귀족]], [[Arcaea/파트너#시라베|노래하는 소녀]]... 모두가 천사의 상이었다. 아르케아의 유리 조각 또한 종종 안식을 취했다. 벽과 기둥을 따라 모여 거대한 형태를 이루곤 했다. 마치 수정처럼. ...마치 부식 얼룩처럼. ---- 신이 관리하는 아름다운 세계. 그 위에서, 히카리는 모든 것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리고 떠올렸다... ---- 옛 세계가 잊어버린 모든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아주 조그마한 따스함과 관심을 품은 눈으로 옛 세계의 기억들을 보았다. 그것은 바래고 무기력한 신에게 있어, 일종의 유희였다. 어쩌면... 자신은 변한 게 아닐까. 예전의 나보다 더 ‘높은’ 존재로. 히카리는 이 소중한 진실을 누군가 이해해주길 바랬다. 하지만 이해해주지 않는다 해도 상관 없었다. 그렇다면 여태껏 해왔던 것처럼 말없이 지켜볼 뿐일테니. 히카리는 조용히 소녀들을 지켜보았다. 저들에게 세상의 ‘전부’를 주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 ... ...히카리의 시야 바깥에서는, [[Arcaea/파트너#라그랑주|한 철학자]]가 사역마와 함께 방랑하고 있었다. 히카리의 시야가 닿는 곳에서는, [[Arcaea/파트너#레테|뿔이 난 여자]]가 소중한 기억의 조각들을 돌보고 있었다. [[Arcaea/파트너#사야|오른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꽃이 핀 여자]]가 고요한 땅을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다. 허황된 일이다. 아르케아는 이제 그저 허영에 불과했다. 하지만... 차라리 이게 낫다. 자신을 증오하는 세계에서 스스로를 경멸하며 살아가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낫다. 살아간다는 사실 자체를 사랑하며, 허황된 꿈에 굴복하는 것이... ---- ...현실이란 어떻게 보든, 공허하고, 부질없고, 무의미한 것이다.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이 유일하게 원하는 것은 최대한 많은 것을 얻는 것 뿐. 쾌락을 추구하고, 사랑을 꿈꾸고, 희망을 품고, 힘을 갈망하라. 그렇게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다면… ... 더이상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 히카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 쟁취하고, 살아가고,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를 진실로 사랑하라. 천 년이 지나고, 또다시 천 년이 지나도, 삶에 의미 따위는 없다는 사실을… 사랑하라. ---- 결국 현실에는 ‘끝’이 없는 법이니까. 아르케아는 더욱이, 기억을 담아두는 그릇에 지나지 않으니까. 보이지 않는 조용한 기억들을 담아두는 그릇. 안에서는 바깥이 보이지 않고, 그 누구도 모르며, 아무도 돌보지 않는 그릇. 그리고 이 고요 속에 기억들은 살아갈 것이다. 무심한 신, 히카리가 구해낸 망자들의 영혼과 함께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이 세계에서는 떠올리지 못할 기억도, 느끼지 못할 감정도 없으니까. 이게 ‘전부’니까. 이 세계의 빛이 닿는 모든 것이, 빛이 내려준 전부니까. 과거의 삶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행복. 영원한 평온. 히카리는 아르케아를 사랑했다. 편애하지도, 재단하지도 않고 모두에게 평등히 베푸는 아르케아를. 그렇게 운명의 수레바퀴는 계속해서 돌아간다... ...그 어떤 운명도 기다리지 않는 미래로.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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